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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끌어주고 올려주는 워페이스의 '협동 오르기' 액션.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여야 하지 않을까요?>

 

온라인 게임회사에서 QA로 재직하면서 적지않은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게임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개발사에도, 개발된 게임을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퍼블리셔에도 동일하게 “QA”라는 포지션으로 몸담으면서 실무자로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입장차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기대와, 그 기대와 다른 현실 사이에서 겪게되는 미묘한 갈등을 지금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테스트 혹은 QA와 관련해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가지고 있는 서로의 역할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밝혀봅니다.

 

과연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는?

 요즘은 개발사 퍼블리셔의 협업이 게임업계의 가장 주된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지만 온라인 게임 시장의 초기에는 개발사가 직접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게임 시장이 커지고 고도화됨에 따라,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지원, 고객의 피드백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CS(Customer Service), 사업과 마케팅 등 직접적인 게임 개발 외에도 고객 및 서비스와 관련된 부분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퍼블리셔들의 위상도 점점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국내의 온라인 게임 수위 업체 거의 모두가 게임 퍼블리셔로서의 사업 영역이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흡사 퍼블리셔가 마트나 백화점 같은 유통 및 서비스 영역을 차지하고, 개발사는 마트에 물건을 제공하는 제조사의 입장과 비슷해 보입니다. 이러한 관계는 쉽게 소위 말하는 의 관계로 변질되기 십상입니다.

 

퍼블리셔는 개발사의 최종 고객인가?

최근에는 퍼블리셔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실력있는 중소 규모의 개발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중국 자본이 국내의 전도유망한 개발사를 인수해가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고 있죠.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퍼블리셔에 비해 영세한 규모일 수 밖에 없는 개발사는 어느 정도 퍼블리셔의 요구와 주장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퍼블리셔는 직접 고객과의 접점에서 게임을 서비스함으로써, 대중이 원하는 것을 개발사에 비해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를 개발 방향에 반영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계로 인해 자연스럽게 퍼블리셔에게 큰 소리칠 수 있는 개발사는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마치 퍼블리셔가 개발사의 최종 고객이 된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죠. OBT와 같이 중요한 마일스톤을 앞두고, 여느때와 같이 중요한 여러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개발사는 개발사 나름대로 중요한 오류를 수정하고 퍼블리셔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몇 주째 크런치에 돌입합니다. 퍼블리셔 역시 자체적으로 대규모 테스트를 수행하고 여기서 발견된 문제점을 개발사로 전달해 수정을 요구합니다. 개발사는 개별 기능의 수정 뿐만 아니라 퍼블리셔들이 전달해준 문제 역시 같이 수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개발사의 입장에서 수행하기 힘든 대규모 테스트를 퍼블리셔가 수행하고, 그 피드백을 개발사로 전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실제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H/W S/W 환경에서의 상호운용성이나 호환성 이슈 등은 개발사에서 커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수백 수천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몰릴 때의 서버 이슈 등과 같은 문제도 개발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환경을 시뮬레이션해 주는 툴들이 있기는 하지만, 구매 비용과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중소규모의 개발사에서는 쉽게 투자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여러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다양한 사용자 환경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퍼블리셔가 관련한 테스트 랩을 꾸미고,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을 이 랩에서 테스트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입니다. 또한 다양한 장르와 규모의 게임이 이미 이 테스트를 거쳐서 누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새롭게 서비스할 게임 역시 동일한 테스트를 거치면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또한 서비스를 앞둔 게임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요는 개발사와 퍼블리셔 모두 서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개별 기능의 수정과 신규 기능 추가에 눈코뜰새 없는 개발사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사용자 환경 테스트를 직접 수행하고 거기서 나온 이슈까지 수정해야 한다면, 자연스레 기본적인 기능 개발에 대한 리소스 투입이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안정적인 게임 클라이언트 제공이라는 개발사의 1차적인 목적에 위배될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대규모 사용자 환경과 관련된 부분이 모두 온전히 퍼블리셔의 몫일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사전부터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제품이 설계되어야 하며, 마지막 크런치 단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리소스 할당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퍼블리셔 역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동반자의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한 수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다양한 사용자 환경에서 발생한 문제를 수정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오직 퍼블리셔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서로가 잘 하는 부분에서 잘하는 부분을 수행함으로써 좀 더 품질 좋은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하려는 동반자라는 입장을 기반으로 해야합니다.

 

퍼블리셔는 개발사의 최종 고객이 아닙니다. 개발사가 퍼블리셔에게 제로 디펙트의 제품을 납품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비효율적인 테스트에 리소스를 빼앗겨서도 안되고, 퍼블리셔 역시 CBT OBT의 원래 목적이 결함없는 제품의 공개가 아니라 대규모 사용자 환경 테스트를 통해 실제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슈를 미리 해결한다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CBT나 OBT와 같은 사전 공개 테스트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어설프게 공개 테스트를 진행해서 존재하는 주요 결함을 서로 발견하지 못하고 실제 서비스에 돌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충분한 공개 테스트 과정을 거쳐서 가급적 많은 결함을 발견해 내고, 주어진 시간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결함의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결정해 이 부분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해야할 공동의 업무입니다.

 

PvP가 아닌 PvE!!

가끔은 서로가 기대에 못미친다고 불만을 가질수도 있고, 너무 강압적이라거나 적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나은 품질의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서로가 잘 할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어준다면, 그렇지 않을때보다 분명 더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서로가 경쟁상대인 PvP가 아니라, '성공적인 게임 서비스'라는 동일한 퀘스트를 수행해 가는 같은 클랜원, 공대원입니다.    

 

오늘 이 주말도 '최상의 게임 서비스'라는 미션 수행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고 있는 전국의 개발사 및 퍼블리셔의 QA/테스터 분들에게, 힘내시라는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Happy Tes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