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술, 술, 술...

2009. 4. 24. 00:48일상

지난 월요일 실회식이 있었다.
3개팀 거의 60 여명의 인원이 모이는 큰 자리였다.

어떤 팀은 우리 팀과 긴밀하게 일을 진행하는 부서이고 다른 팀은 얼굴은 늘 보면서도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늘 그렇듯이 좀 서먹서먹하게 시작하는 술자리는 대부분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앉기 마련이다. 이미 와서 자리잡고 있는 팀들도 마찬가지. 가장 늦게 자리를 잡은 우리 팀은 뜻밖에도 팀내 파트끼리, 그냥 마음맞는 사람끼리, 그 자리에서 상황에 맞는 대로, 삼삼오오 따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팀에는 얼마 전에 들어온 막내들이 있었다.
아무도 그들을 챙겨주지 않았다.
별 수 없이 술자리를 늘 싫어라하는 나와 그들 둘이 무리지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우리 팀 다른 사람들은 흥겹게 부어라 마셔라 흥청망청인 상황에서도 우리는 참 어색하기만 했던 것 같다.

술이 한 순배씩 돌아가자 평소와는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와 긴밀한 관계로 일은 진행하는 팀에서는 평소에 순한 모습을 보여주는 몇몇 이들이 돌변하기 시작했다.
맥주보다 소주가 더 많은, 색깔이 거의 투명한 폭탄주를 제조하더니 원샷을 강요하며 자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들이 만든 술을 그들이 감당하지 못한다.

"원샷!!! 원샷!!! 원샷!!! 원샷!!!..."


피라도 토하겠다.
저런 목청을 평소엔 어떻게 숨겨놓고 살았을까.
그 답답함을 한 번에 다 풀어낼 요량인지 어지간히 시끄럽기도 하다.

실장님과 이사님이 오고나서 자리는 절정에 이르렀다.
몇 번 건배가 오고 가고, 내 앞에 막내들과도 술잔을 기울이면서 그제서야 이런 저런 얘기를 조금씩 풀어나갔다. 
 
한 자리에서 고기를 굽고 식사를 하고 술이 몇 병씩 돌았다면 자리를 정리해야 될 때라고 느꼈다.
그러나... 자리는 여전히 몇몇 흥에 겨운 주취자들이 주도하고 있었고, 조금 더 있다가는 이 자리를 빠져나가기
힘들겠다는 걸 직감했다. 

막내 둘도 일어나야 한다기에 같이 데리고 나오려다가 막내들은 어느 누군가에게 덜미를 잡혀버렸고,
나이로는 어디 꿀릴게 없던 나는 차마 잡지 못했는지, 아무도 잡는 사람없이 식당을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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