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제가 일하고 있는 품질관리 팀에 지원한 신입사원 몇 분의 면접을 봤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팀의 정식 명칭이 품질관리 팀(Quality Management Team)이기는 하지만, 통칭 QA라고 많이들 부르죠. 아울러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의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QA 분야만큼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없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일부 SI 업체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파견직이나 계약직으로 팀의 절반 이상이 채워지고 상부로부터의 체계적인 지원 따위는 꿈에도 바라기 힘든 것이 현실이죠. 비단 현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처음 SQA를 접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무척 제한되어 있습니다. 서점에 수없이 진열되어 있는 IT 관련 도서 중에 SQA와 관련된 책들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요. 물론 최근에는 관련 도서나 웹을 통해 SQA와 관련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해외에 비하면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게임 회사는 또 어떤가요. 얼마 전에 트위터를 통해 보았던"게임 회사원의 명절"이라는 웹 카툰이 떠오릅니다. 요즘이야 인식이 다들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어르신들에게 “게임 만드는 회사 다닙니다”라고 말씀 드리면 “아이구, 어쩌다가… 어디 변변한 데를 못 들어가고…”라며 끌끌 혀를 차시는 분들을 쉽게 만나 뵙기 마련입니다. 비단 어르신들에게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또래들에게도 게임 회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와, 게임만 하구 돈도 벌고, 팔자 폈구나?”라는 얘기도 쉽게 듣습니다.
자,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이 두 가지가 결합한 게임 QA라는 분야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은 과연 어떨까요?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 팀에 면접을 보러 오시는 분들 중 최소 80% 이상은 지원 사유가 단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QA에 지원한 동기를 묻게 되면 “프로그램에도 소질이 없고 그래픽에도 재능이 없기 때문에 QA라도 하면서 게임 업계에 어떻게든 남고 싶다”라고 말하거나, “기획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 일단 QA를 하고 싶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상당수 입니다. 게임 QA는 프로그래밍이나 그래픽과 같은 전문 기술 없이 누구나가 쉽게 할 수 있는 분야이며, QA를 통해 일단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이고 그 다음 마음에 드는 다른 분야로 옮기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게임 QA는 그렇게 녹록하게 쉬운 분야가 아닙니다. 적게는 매 마일스톤마다 쏟아져 나오는 산출물이 기획서나 요구사항에 맞는지 검증하는 테스트 업무에서부터, 크게는 사용자의 취향과 감성을 고려해 게임의 재미 요소를 평가하고 이를 유지해 나가는 업무에 이르기까지, 적잖이 전문적이며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단순히 사용자 입장에서 이게 마음에 안 드네, 이게 잘못됐네 라고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게 게임 QA가 하는 일이 아닙니다.
저는 습관적으로 패키지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의 엔딩 크레딧에서 QA가 몇 명이나 되는지 세어보고는 합니다. 블리자드나 EA 같은 유수의 게임 업체가 만든 게임에서 QA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 세어보셨습니까? MS에서 개발자와 QA가 일대일 비율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전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과연 세계적인 게임 혹은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이 정도 비율로 채용하고 있을까요? 물론 해외의 사례에 비하면 국내에서는 아직 게임 QA의 입지가 좁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점점 더 사용자와 경영진의 QA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경쟁력을 갖춘 역량 있는 신입 QA 분들이 업계에 진입함으로써 좀 더 가속화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입문하는 분들에게 겁을 주려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 국내의 게임 QA가 어떤 현실에 처해 있으며, 자신이 일하려는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를 최소한은 알고 입문을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물론 조악한 환경에서 단순 테스트 업무에 치여 사는 게임 QA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설혹 그렇더라도 새로 입문하는 분들이 그런 현실이 게임 QA에 어울리는 정당한 모습인양 의문 없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개선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순응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임 QA가 아직은 그다지 좋은 대우를 받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분야는 아닙니다.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현실을 일단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그 다음 이런 현실을 극복할 만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만한 역량을 기를 자신이 있으신지 자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으신 분이라면, 최소한 저는 당신에게 저의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PS> 우리 인간적으루, “QA가 무슨 약자인지 아시나요?” 라는 질문에 최소한 “Question and Answer 아닌가요?”라는 대답은 하지 맙시다. 그렇게 답하는 순간 이미 면접 결과는 나왔다고 보시면 됩니다.PS2> 게임과 QA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웹이나 오프라인, 혹은 다른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런 고민을 공유하고 서로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이제 걸음마를 떼는 수준입니다. 웹에서 관련 단어들을 검색해 보시면 면접에 활용할 수 있는 충분히 좋은 정보들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거인들의 어깨를 빌려보시면, 좀 더 많은 것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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