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좀 더 구체적인 자료와 정보를 가지신 분들의 댓글 환영합니다.
엔딩 크레딧을 통한 QA팀 분석이라는 영감을 제공해주신 덕경 님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포스팅이 뜸했습니다.
CBT가 끝난 주말, 이제서야 미뤄왔던 포스트를 하나 올릴려고 합니다.
오늘 간만에 포스팅 할 주제는 다름 아닌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II 입니다.
뭐 한 마디로 말이 필요 없는 게임이죠.
4천만의 국민 게임이었던 전작 스타크래프트의 명성을 이어 무려 12년 만에 출시되는 후속작인만큼, 뜨거운 관심과 기대 속에 OBT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임의 컨텐츠나 밸런스, 그래픽이나 UI 등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양질의 분석과 체험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직업도 직업이거니와 오늘은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을 만든 블리자드의 QA에 한 번 집중해 보죠.
“게임 QA를 꿈꾸는 분들에게”라는 일전의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전 이름있는 게임들의 엔딩 크레딧에서 얼마나 많은 QA가 이 게임에 투입되었는가를 살펴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12년 만에 세상에 빛을 본 대작 게임인데, 여기서 이걸 놓칠 수는 없죠.
친절하게도 스타크래프트 II 에서는 다른 타이틀처럼 싱글 미션을 완료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제작진”의 이름을 볼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심지어는 엔딩 크레딧의 스크롤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옵션과 스크롤을 정지할 수 있는 옵션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계정으로 로그인 하기 전에 제작진 확인 가능>
하나의 명작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원들이 투입되었는지는 천천히 올라가는 스크롤에 새겨진 이름들만으로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게임 QA에 몸담고 있는 만큼, 여기서는 QA에 관련되었다고 생각되는 포지션만 세어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아래에 보이는 마인드 맵과 같습니다.
이를 다시 액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로컬라이제이션 QA 파트가 QA 소속인지, 로컬라이제이션을 담당하는 부서 소속인지는 불명확합니다.
<스타크래프트II QA 구성 비율>
블리자드가 로컬라이제이션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는 전체 QA의 28%에 해당하는 인원이 로컬에 투입된 것만 보아도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자, 이제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QA 본진의 Manager가 2명에 그 아래 이를 보조하는 Assistant QA Manager가 8명이나 됩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QA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최소한 8명의 Assistant QA Manager가 있어야 할 만큼 QA 업무가 방대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업무를 블리자드에서는 “QA Analysts”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블리자드의 번역 센스라면 “품질보증 분석가” 정도가 되겠네요.
제일 위에 보이는 파트가 게임 내의 컨텐츠나 밸런스 등을 담당하는 일반 QA 파트 같은데, 여기에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품질보증 분석가”가 무려 159명이나 됩니다. 물론 그 위에 이들을 리딩하는 Assistant LEAD QA Analysts가 2명, QA Analysts를 총괄하는 LEAD QA Analysts가 1명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QA Content Specialists"와 "QA Tool Analysts"라는 직책입니다.
QA Content Specialists는 이름만으로는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짐작하기 힘드네요.
다만 뭔가 전문가라는 직책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일반적인 게임 내 밸런스나 기능을 보는 QA가 아니라 게임의 줄거리나 배경, 그리고 재미 요소와 즐길 컨텐츠들이 얼마나 게임에 잘 녹아있나를 보는 일종의 Fun QA의 역할이 아닐까라고 개인적으로 짐작해 봅니다.
QA Tool Analysts라는 포지션 역시 특이합니다. 방대한 컨텐츠가 구현되고 유닛간 밸런스 측정과 같은 대규모 테스트가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만큼, 어느 정도 테스트 자동화가 이루어졌으리라 추측합니다. 이런 자동화 툴을 인하우스로 개발하고 이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개발 능력이 있는 툴 전문가들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아마 이들 중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일반적인 블랙 박스 기능 테스트를 제외한 부분, 이를 테면 화이트 박스 테스트나 코드 기반의 기능 테스트를 수행하는 파트가 Technical QA 파트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테스트 기법을 수행하거나 테스트 데이터를 분석하는 파트일까요? “Technical”이라는 말이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다 보니 여러 가지로 추측이 가능합니다만, 일반적인 QA Analysts 보다는 좀 더 기술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파트에는 특이하게 Manager 위에 Senior Manager가 한 분 더 계시네요. 아무래도 코드 베이스의 개발자 경력과 테스트 경력을 두루 갖춘 분이 여기 Senior Manager로 계신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나라에 배포되고 워낙 많은 사용자들이 즐기는 게임인 만큼, 사용자들의 게임 환경에 대한 검증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Compatibility 파트는 이러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검증하는 곳 같습니다. 10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여기는 사실 인원보다는 호환성 테스트에 투입되는 비용이나 얼마나 많은 Configuration을 커버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해 집니다. OS 하나를 더 구매하기 위해 회사에 수 십 번 기안을 올려야 하는 국내의 게임 QA들은 이 부분이 더 궁금하지 않을까요?
블리자드 하면 또한 훌륭한 로컬라이제이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현지의 문화에 맞게 게임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해서 내놓는 면이야말로 블리자드가 고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국내에서도 해외에 게임을 수출하고 서비스하는 업체가 많아지는 만큼,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리자드가 세계적인 회사인만큼 수 십 개의 나라에 스타크래프트II를 공급하겠지만, 특히 우리나라가 가지는 의미는 더 특별하죠.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나라보다 많은 총 10명의 인원이 한글 로컬라이징 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이들 역시 Localization QA Analysts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글로 발표된 스타크래프트 II 타이틀 하나에 투입된 인력을 세어보니 총 252명이 나옵니다. 물론 엔딩 크레딧을 기반으로 사람이 직접 카운트한 것이기에 정확한 수치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여기에 각 지역별 로컬라이제이션에 투입된 QA들을 더 포함해서 세어보니, 스타크래프트II를 출시하기 위해 투입된 QA는 323명 정도로 파악이 됩니다. 제가 카운트해봤던 그 어느 타이틀보다 QA 인력이 많이 투입되었네요. 아직 OBT가 끝나지 않은 시점인 만큼, 블리자드가 과연 이만한 QA를 투입한 성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블리자드니까 300명이나 되는 인력을 QA에 투입하는 거지,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꾸기 힘들어.”
맞습니다.
그만큼 돈을 버는 회사니까, 그만큼 품질에 투자를 하는 겁니다.
저는 회사가 얻고 싶은 수익만큼 QA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게임 회사들이 QA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그 비용을 아껴서 상대적으로 조금 더 수익을 내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대인배의 시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품질에 관련된 업무에 투자한다면, 제품을 릴리즈한 다음에는 품질 관리에 투입된 인력 비용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게임 자체가 완성도 있는 컨텐츠와 재미를 보장해 준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개발이 먼저냐 품질이 먼저냐라는 문제는 어찌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 우선순위와 상관없이 그 중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품질에 투자를 해야 하고, 품질에 투자한 만큼 좋은 게임이 나오는 것이죠.
아 정말 간단합니다.
스타크래프트II의 제작진 명단에는 300명의 QA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개발자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 나란히 제작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빽빽한 엔딩 크레딧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보면서 뿌듯해할 겁니다.
언젠가는 제가 몸담았던 타이틀의 엔딩 크레딧에서도 QA라는 타이틀이 수 십 페이지 올라가면서 제 이름을 쉽게 찾기 힘든 그런 날이 오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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