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 하율이와 캐치볼을 처음 했다. 대형 마트에 가서 야구 글러브 2개와 야구공을 사고, 포장도 제대로 뜯지 않은 채로 공원에서 볼을 던지고 받는 연습을 했다. 생전 처음 껴보는 글러브에 어색해 하기도 하고, 쉬운 공도 곧잘 받지 못해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하율이가 아주 즐거워했다. 아직은 언더드로우로 사알짝 던지는 공만 주고 받을 수 있지만, 곧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2.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와 캐치볼을 하는 건 아빠라면 한 번쯤 꿈꿔보는 일이 아닐까. 아니 적어도 내게는 이루고 싶은 꿈 중의 하나였다. 어릴 땐 야구 글러브라는 물건 자체가 참 귀한 것이기도 했고, 그 시절 ‘아빠와 캐치볼을 한다’는 건 외국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었다. 늘 엄하고 바쁘신 아버지와 캐치볼을 한다는 건, 정말 현실적이지 못한 그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늘 나중에 아빠가 되면 아이와 꼭 같이 해 봐야지라고 생각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하율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내게 가치가 있다 싶었다.
3. 오픈소스 툴의 한글 번역을 개선해서 처음 Contribution을 해봤다. QA가 관리하는 테스트 단말 관리 툴을 만들면서 DB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NocoDB를 사용하고 있는데, 한글 번역이 눈에 띄게 아쉬웠다. ‘Reload’를 ‘재장전’으로 번역할 정도였으니까. 다행히 현지화/번역에 대한 가이드가 자세하게 제공되어 있었다. 한 두 시간 정도 품을 들여 툴과 스프레드 시트를 같이 열어놓고 직접 메뉴를 열어가면서 어색한 단어들을 수정했다. 깃헙에 이슈를 생성하고 수정한 파일 링크를 제공하니, 금방 검토와 커밋이 완료되었다. 0.92.4 버전에 제출한 내용들이 반영되었고 Contributor 목록에도 포함되었다(배포 이후 변경된 내용이 누락되어서 한 번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다음 바로 반영됨).
4. 꼭 코딩을 잘하고 개발을 잘 알지 못해도, 내 역량 범위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많다. QA라서...? 개발을 잘 몰라서...? 스스로 울타리를 칠 필요는 없다. 남들이 쳐놓은 울타리에 나를 가둘 필요도 없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너무도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 발을 떼고 나면, 그 다음 걸음을 옮기기 더욱 쉬울 것이다.
5. 40을 훌쩍 넘긴 지금도 못해본 좋은 일들이 너무 많다. 하루하루 이렇게 새롭고 좋은 일들을 접해 갈수록, 내 나이도 더디게 들 것 같다. 아직도 해보지 못한 새롭고 좋은 일들은 너무나 많이 남아 있으니까. 이런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가족과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에게도, 오늘 하루 새롭고 좋은 일 하나가 더 생겨나길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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