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세종대에서 제가 몸담고 있는 소프트웨어 테스팅 스터디 그룹인 『그린시그널』에서 2010년 하반기 책걸이 세미나 행사를 가졌습니다.
이미 한 달이 지나버린 행사지만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할 만한 행사였기에 조촐하게나마 포스팅해 기록을 남기고자 합니다. 이번 한 해동안 제게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정들었던 회사를 옮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옮긴지 두 달 만에 개발 자회사로 소속이 변경되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무척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곁을 지켜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소프트웨어 테스팅 스터디 그룹인 그린시그널은 QA로 일하면서 내가 힘들 때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고, 화가 날 때 맘놓고 투정을 부릴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할 때 부담없이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모임입니다. 공부라는 목적으로 모였지만 사람이 더 좋아진 모임이라고나 할까요.
이번 한 해는 어쩌다보니 제가 그린시그널의 대표를 맡았습니다. 무엇보다 올 한 해는 각각의 특색있는 클래스들이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것이 지상 과제였습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 학기를 마무리하는 대단원의 장으로 책걸이 세미나 행사를 개최하고 한 학기 동안 각 클래스에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제안했었고, 여러분들이 발벗고 도와주신 덕분에 올해 그 첫 행사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스터디가 올해로 어언 햇수로는 4년째를 맞았습니다.
기존에는 10여명 안팎으로 구성된 한 개 반에서 소프트웨어 테스팅과 관련된 원서 번역과 발표가 스터디의 주축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말과 올해초에 기존 번역 위주의 클래스를 각 구성원의 니즈에 맞도록 좀 더 다양화시키는 작업들이 이루어졌습니다. 폐쇄된 구조였던 스터디도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외부에서 인원을 모집해 좀 더 다양한 도메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ISTQB F/L에 준하는 내용을 공부하는 옐로 클래스와, A/L에 준하는 내용을 공부하는 블루 클래스, 화이트 박스 툴을 공부하는 그린 클래스와 기존 구성원들 중 원로(?)로 구분되어 꾸준한 활동은 힘들지만 물심양면으로 스터디를 지원해 주시는 실버 클래스로 스터디를 분화했습니다. 각 클래스 리더 분들과 구성원들의 헌신으로 올 한해 정말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쌀쌀한 늦가을의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약 20명의 회원들이 모여 한 학기 동안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침 부산에서 지스타가 개최되는 기간이었는데, 머나먼 부산에서 세미나 참가를 위해 첫 차를 타고 올라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회사에서 평소 테스팅에 관심있는 동료들을 데리고 오신 분들도 계시더군요. 참가하신 분들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로 인해 세미나를 더 잘 치뤄야겠구나라는 심적 부담감이 더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침 일찍 와주신 덕분에 세미나 역시 정시에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의 주요 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2010년 그린시그널 하반기 책걸이 세미나 일정>
간단한 기조연설과 개회사가 끝나고 첫 발표로 블루 클래스의 윤병식 님이 ‘품질 메트릭스와 활용 예’에 대해 발표해 주셨습니다. 블루 클래스의 이번 학기 교재였던 렉스 블랙(Rex Black)의 『Advanced Software Testing Vol.2』 에서 공부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테스트 메트릭과 그 활용 예에 대해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윤병식 님의 '품질 메트릭스와 활용 예' 발표>
두 번째 세션에서는 역시 블루 클래스의 김학민 님이 'People Skill and Team Composition’에 대해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마찬가지로 렉스 블랙의 교재에서 공부한 것을 기반으로 실제 테스트 팀의 구성과 동기 부여 등에 대해서 재미있는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김학민 님의 'People Skill and Team Composition' 발표>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그린 클래스에서 이번 학기 공부했던 ‘MISRA-C의 백그라운드 및 의미’에 대해서 김윤숙 님이 발표해 주셨습니다. MISRA-C는 C언어 기반의 제품에서 수행되는 화이트 박스 테스트 툴(혹은 룰)이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저도 자세한 부분은 잘 모르니 패스… 하지만 발표 내용은 화이트 박스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MISRA-C에 대해 발표해 주신 김윤숙 님>
3번째 세션이 끝나고 준비된 도시락으로 점심 시간을 가졌습니다. 도시락을 너무 많이 준비하는 바람에 참가한 분들이 충분히 식사를 하고도 많이 남아서, 옆 강의실에서 행사를 가지고 있는 대학 동아리에 기부(?)를 했습니다. 수요 예측에 따른 적절한 예산 집행을 하지 못해서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런 부분은 스터디에서 행사를 거듭할수록 더욱 좋아지리라 예상합니다.
오후에는 2011년 신규 클래스 소개 시간이 있었습니다. 현재의 3개 스터디 그룹을 좀 더 분화시켜서 더욱 다양한 클래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각 신규 클래스 별로 선정된 리더들이 내년 커리큘럼을 발표하고, 6기 클래스 분들을 대상으로 내부 인원 모집에 나섰습니다. 다들 뜨거운 관심들을 보여주셔서, 내년에도 충분히 스터디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신규 클래스 소개에 이어서 그린 클래스 김종하 님의 ‘MISRA-C:2004 연구 – 실제 사례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세션이 이어졌습니다. 실생활에서 일어난 오류로 인한 실패 사례와 함께 MISRA-C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적절한 짤방(!)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발표해 주셨습니다.
<실제 사례를 활용해 MISRA-C에 대해 발표해 주신 김종하 님>
마지막 세션은 옐로 클래스의 강해달 님이 ‘우리 사회에서 테스터란? – S/W 테스터가 전문직이 되려면’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아직 전문직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하기 힘든 국내의 S/W 테스터 현실을 직시하고, 향후에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모든 참석자들이 공감하는 주제로 발표해 주신 강해달 님>
4시 30분쯤 준비된 5개의 세션이 모두 끝나고, 세미나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토요일 저녁이라 약속이 있으신 분들도 많고 해서, 조촐하게 뒷풀이를 가지고 저녁 10시가 채 되기 전에 그날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모든 분들과 헤어지고 집까지 1시간 가량을 걸어서 갔습니다.
걸어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간단한 행사라 어려울 일도 없을 것 같았는데,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옆에서 보듬어주고 힘내라고 북돋아주시고 물심양면 저보다 더 많은 것을 해주신 스터디의 여러분 덕분에, 멋지지는 않았지만 의미있는 작은 발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겨우 집에 도착하고 나니 1시간 넘게 걸어온 다리는 욱씬거렸지만, 가슴 한 켠은 뭔가 우리에게 의미있는 일을 해냈다는 조그만 자부심과 스터디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개회사에서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언젠가 몇 해전 겨울, 눈보라가 심하게 치는 토요일 오전이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스터디는 정시에 시작됐습니다. 근래에 보기 힘든 궂은 날씨였지만, 거의 빈 자리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뜨거워진 발표와 토론은 밖에서 몰아치는 눈보라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참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무서운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이 사람들에게 떨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 날의 그런 생각이 저로 하여금 지금까지 스터디에 남아 이런 세미나를 제안하고, 진행하고, 행사가 끝나고 나서 집에까지 걸어오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빌어 세미나를 후원해주신 인피닉에 다시 한 번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그린시그널의 책걸이 세미나가 2회, 3회 회를 거듭해 좀 더 나은 행사로 자리잡길 바라마지 않으며,
앞으로도 스터디 분들과 함께 공부 뿐만 아니라 삶에서 많은 것을 함께할 수 있는 그린시그널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appy New Year, Happy Tes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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