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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꼰대가 되어간다

검은왕자 2009. 7. 16. 21:02

나이가 들어갈수록 꼰대가 되어간다.

생각난 김에 네이버에 물어본 "꼰대"의 정의.



은어로 '늙은이'라니... 그럼 단어 자체만으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늙은이가 되어가는 게 지극히 정상적이니 별 감흥이 없겠네.
하지만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꼰대"라는 단어에는 '새 것에 적응못하는, 혹은 젊은 사람들의 행동이나 가치관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나이든 사람'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다분하다. 내 스스로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고 여기고, 그런 스스로를 "꼰대"라고 부를 때 자타가 별 이의없이 동의하니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볼 수 있겠다.

대부분 나와 친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동갑 혹은 그 이상의 연령대다. 종종 연락하고 술 한 잔 기울일수 있는 나이어린 후배들이나 젊은 친구들이 거의 없다. 몇 명 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들 나이대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좀 그 나이대에 비해 고루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일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가치관과 대립되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대들이 내 주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서 가치관 차이가 나는 분들이야 오래전부터 있었고... 어느 샌가 나보다 나이가 어리면서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도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낀 세대가 되어간다고나 할까.

"우리 어린 시절엔 미닫이문이 달린 상자 모양의 흑백 TV가 있었어" 라던가, 혹은 "그 시절엔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DMB를 통해서 TV를 볼 수 있다는걸 SF 소설에나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어"라고 얘기할 때,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비슷한 연배다.

이제 이런 얘기들이 내가 어릴 때 듣던 "우리 어릴 땐 먹을 게 없어서 풀뿌리를 뜯어서 풀죽을 끓여 먹었어"라던가 "공납금을 제대로 내지 못해서 학교를 못다녔어"와 같은, 자라면서 수없이 들었던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얘기를 대체해 가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난 내 자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까.
나도 늘 듣기 싫었던 그 얘기들을, 내용만 살짝 시대상에 맞게 바꾸어서 들려주어야 할까.
시덥잖은 이런 저런 얘기를 주절거리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세상을 빛나게 살아가는 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아량과 인격을 가진 늙은이가 되어야 할텐데.

꼰대라기보다는, 나이든 친구가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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