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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개발자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검은왕자 2009. 11. 13. 22:36


CBT
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바빠지고 있다.
중요한 마일스톤을 넘어갈 때마다, QA가 해야할 일이 별로 없다면 얼마나 행복한 상황인가.
하지만 역시 현실은 시궁창.

 

늘 그렇듯이 크리티컬한 이슈는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고 심지어는 가장 기본적인 컴포넌트에서조차 빵구가 나기 시작한다. 덕분에 마무리 작업은 순조롭지 못하다. 빌드가 매일매일 릴리즈되고 테스트도 거의 매일 수행된다. 그저께도 밤늦게까지 테스트를 수행했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하지 못했다.

나쁜 일이 만성이 되는 것처럼 무서운 일이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시험 실패 보고서를 날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정이 다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출근해보니 몇몇 핵심 개발자들이 이미 출근해 있었다. 보고서를 날리기 전에 크리티컬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개발관리 팀에 그 사실을 알려주었더니, 시일은 촉박한데 생각보다 빌드 상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정시보다 한 두 시간 먼저 출근해서 버그를 수정해 달라고 한 모양이다.

 

새벽부터 출근해 쉽지 않은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는 개발자들에게 웬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출근 시간을 전후해 다른 개발자들이 출근하면서 그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싹 가셔버렸다.

 

마치 우리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새벽같이 등 떠밀려서 나와서 하는 것처럼 툴툴거리는 소리들이 들린다. 패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앉아있는 QA팀에게 들으라는 것처럼, 평소보다 더 크고 씩씩한 목소리로 아침 7시부터 나와서 누구 때문에 버그 수정하고 있는데 죽겠다라고 얘기한다...

 

이봐, 우리는 우리 일을 열심히 한 거고, 당신들은 당신들 일을 열심히 하지 못한 거 아냐.

당신들이 열심히 코드를 잘 만들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 아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나는 소심하므로 그냥 꾹 참았다.

그리고 또 이렇게 생각했다.

 

이봐, 우리가 밤새 버그를 찾은 덕분에 당신이 잘리지 않은 줄 알아.

만약 그 버그가 살아남아서 사용자가 보고했으면 당신은 잘릴 수도 있었어.

그러니 밤늦게까지 버그를 찾아준 우리에게 고마워 해야 해. 안그래?

 

라고.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니, 프로젝트 뒤치닥거리 하느라 눈코뜰새 없는 우리 개발자들이 좀 불쌍하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열심히 하면 당신들이 힘들겠구료.

그래도 어쩔 수 없다오.

그래야 나도 살고, 당신도 살고, 프로젝트도 살아남을테니 말이오.


그냥 고생 좀 하시구랴
.
허허허.

 


<QA를 대하는 경영진들의 자세>